[영재고] 합격 생활기록부 - 동아리
영재고 합격을 위해서 동아리는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영재고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동아리가 중요할까?
동아리는 중요하지 않다. 동아리 활동이 중요하다.
이게 무슨 말장난이냐고 하겠지만, 어떠한 동아리인지는 생각보다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3년 내내 수학 또는 과학 동아리를 해야한다고 생각하거나, 진로와 관련된 동아리를 꼭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조금 관련이 없는 동아리에 들어갔던 내용들이 치명적으로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동아리 내에서의 활동을 통해 학생이 가진 능력을 확인할 수 있고, 그 능력이 영재성과 관련된다면 충분히 긍정적일 수 있다.
여기에서는 앞서 살펴본 영재고에 조기입학한 중2 학생의 동아리활동와 함께, 추가로 2명의 사례를 더 살펴보기로 하자. 이 두 명 역시 영재고(서울과학고)에 합격한 학생들이다.
A학생(중2. 영재고 조기입학)
이 학생은 중학교 2학년인 상태로 영재고에 지원하였으므로, 동아리 활동은 1학년과 2학년의 2개가 전부이다.
진로가 전자회사전문경영인, 전자 및 IT 분야 CEO로 일관되게 이어지고 있는 것에 비해, 동아리활동은 그렇지 않다.
1학년 때는 '미디어비평반'이라는 동아리에서 평범한 특기사항을 기록하였고,
2학년 때는 '수학과 과학을 읽는 반'이라는 동아리에서 일부 눈여겨 볼 만한 것들이 담겨 있는 특기사항을 기록하였다.
모든 항목들이 입시에 중요하고 결정적으로 쓰이는 것이 아님을 여기서도 한번 더 짚고 가려 한다.
1학년때의 동아리 활동은 사실 큰 의미부여할 만한 것들이 별로 없는 활동이었다. 실체가 없는 활동이다.
"분석하여 ~ 비판함."에서 이 학생의 특출남을 볼 수 있는가? 그냥 해당 영화를 감상한 학생들이 일반적으로 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다. 특별한 활동이 없었어도 적어줄 수 있을 정도의 일반적인 문구이다.
"~ 고민하여 소감문을 작성함."에서 이 학생의 특출남을 볼 수 있는가? 누구나 고민할 수 있고 소감문을 작성할 수 있다. 정말 특출났다면, 고민에서 끝날 것이 아니라 고민한 결과가 있어야할 것이며, 소감문 작성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고민한 결과의 활용에 대한 것들이 있어야 할것이다. 이 또한 누구에게나 적어줄 수 있을 정도의 문구이다.
1학년때의 동아리 활동은 자기소개서에 연계에서 적기에도 부족함이 많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그냥 버려지는 항목으로 봐야한다.
2학년때의 동아리 활동은 실체가 보인다. 읽은 책이 구체적인 도서명으로 나타나 있으며, 발표 사례의 주제가 여러 가지 나열되어 있다.
여기서 (A) "아르키메데스의 원의 넓이와 적분, 라이프니츠의 적분, 페르마의 최적화 문제, CT스캐닝, 행성궤도 예측 등과 같은 미적분 활용 사례에 대해 설명하고 발표함" 와 같이 나열한 주제를 보명 어떤 생각이 드는가?
성의없이 나열한 것으로 보여지는가? 뭔가 발표할 때 자신감이 있었다던가, 조리있게 설명하였다던가 하는 수식어가 없어서 아쉽게 느껴지는가? 그런 생각이 든다면 생활기록부를 살펴보는 관점을 다시 정립해야할 필요가 있다.
다음과 비교해보자.
(B) "여러가지 미적분 활용 사례에 대해 자신감 있는 태도로, 수학적 용어와 정리를 논리적으로 활용하여 조리있게 발표함. 발표과정에서 수학적 의사소통 능력이 우수하고, 탁월한 수학적 사고력을 보여줌."
이라고 적혀있다고 생각해보자.
(A)의 경우는 구체적 사례가 있어서 학생이 무엇을 했는지 명확히 알 수 있다. 그리고 면접장면에서 해당 사례들에 대해 면접관들이 질문을 던지게끔 유도한다. (실제로도 질문을 했다.). 또한, 해당 사례 자체에서 학생의 수준을 간접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 간접적이지만, 학생 수준의 정도에 대해 추측가능한 범위를 알려준다. 여타의 수식어가 없지만, 말해주는 것들이 많다.
(B)의 경우를 살펴보자. 대부분의 학생과 학부모는 (A)와 같이 적혀있으면, 뭔가 서운해 하고, (B)와 같이 적혀있으면 좋아한다. (A)는 그저 학생이 발표한 것들만 나열된 것으로 보여서 교사가 성의없이 적어줬다고 생각하고, (B)는 학생의 뛰어남을 교사가 잘 말로 써줬다고 생각하여 좋아한다.
하지만, (B)의 경우는 아무런 실체가 없다.
"여러가지 미적분 활용 사례"는 도대체 무엇인가? 제대로 한 게 없어서 그냥 여러가지로 쓴것인가? 자신감 있는 태도는 도대체 어느정도의 수준을 의미하는가? 논리적으로 발표했는지 안 했는지 어떻게 아는가? 의사소통능력과 탁월한 수학적사고력은 어떤 근거로 알 수 있는가?
아무것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그저 미적분에 대해 짧게 발표한 학생에 대해서도 교사는 (B)처럼 적어줄 수 있다. 저렇게 적었다고 해서 해당 교사에게 왜 저렇게 적었냐고 따지는 사람은 세상 그 누구도 없다. 그러다 보니 저런 식의 글들은 무수히 많이 학생들에게 적혀있다.
본인 혹은 자녀가 저런 실체없는 문구들이 적혀있다면, 수업에서 특별한 모습을 보여준 것이 하나도 없을 수도 있다. 아니면 교사가 기재하기 귀찮았거나, 관심이 없었을 수도 있다.
어쨌든 간에 (B)의 경우를 정말 잘 써줬다고 생각하며, 해당 교사에게 감사하는 황당한 일을 하지 않길 바란다. 오히려 (A)와 같이 학생이 실제 수행하고, 구체적이고, 다른 학생들과 차별화되는 사례들이 담긴 것들이 더 유익하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을 찾는다면, "찬성측의 입장에서 토론에 활발히 참여함."보다는 어떤 근거로 어떤 의견을 제시하였는지가 나타났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활발히 참여함."은 그 누구에게도 적어줄 수 있는 실체가 없는 문구이기 때문이다. 또, 발표한 주제에 대해서도 단순나열 이외에 학생의 특성을 더 담을 수 있는 추가적인 내용이 들어가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다만 중학교의 경우 고등학교와 달리 동아리활동에서, 스포츠클럽 활동과 분량을 나눠쓰기 때문에 글자수가 생각보다 많이 제한된다. 특히 동아리화동 기재하는 교사와 스포츠클럽을 기재하는 교사가 서로 다르고, 서로 각자가 얼마만큼의 분량을 쓸지 미리 예상하지 못하기 때문에 보통 서로의 분량확보를 위해 글자수를 많이 비워놓고 입력하게 된다.
그럼에도 결과적으로 이 학생은 2학년 동아리 활동에서 긍정적인 요소들을 찾아볼 수 있다.
다른 두 학생의 자료에 대해 살펴보자. 이 학생들은 중학교 3학년때 영재고에 합격한 학생으로 앞서 2학년때 합격한 학생보다, 동아리활동이 1개 더 많다.
B학생 (2023년 서울과학고(영재고) 입학생)
C학생 (2023년 서울과학고(영재고) 입학생)
앞서 살펴봤듯이 한번 내용들을 살펴보자.
어떠한 부분에서는 학생의 강점들을 알 수 있고, 어떠한 문구들은 큰 영향력이 없는 것도 있다.
이렇게 분석되어진 생활기록부는
1. 생활기록부 단독으로 영향력을 발휘하는 방법
2. 자기소개서나 추천서를 연결하여 더 강조하는 방법
두 가지 방법으로 활용될 수 있다.
혹시 서울과학고에 합격한 두 학생의 동아리 활동을 보면서,
'뭐야? 서울과학고가 우리나라 최고 영재학교인줄 알았는데, 동아리활동이 별로 없어보이는데 합격했다고?' 이런 생각이 든다면, 다시 살펴보길 바란다.
물론 거창한 내용들이 없는 것은 맞다. 하지만 중학교 수준에서 뛰어남을 보여줄 수 있으면 될 뿐이다. 우리가 많이 보는 온라인 상의 생활기록부는 대부분 고등학교 생활기록부임을 기억하자.
앞서 강조했듯 정말 입시에서 필요한 특기사항은 여러 미사여구와 좋아보이는 표현으로 가득한 문구가 아니다. 그저 기분 좋으라고 써 있는 특기사항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구체적인 실체가 있는 내용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실체가 조금 남다르다면 충분히 긍정적이다.
반면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도 똑같이 이런 문구가 적힐 수 있다.'라고 생각이 드는 문장이라면, 버려야할 문장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온라인 상에서 떠돌고 있는 문장(좋은 실험, 좋은 주제, 좋은 활동 등)이라면 일단 걸러야 한다.
온라인 상에서 좋다고 판단되는 글이라 올라오면, 그런 글들이 나오게 써야 한다가 아니다. (사실 쓰는 것은 교사이지 학생이 아니다. 기록을 잘 받을 수 있는 방법은 다른 포스트를 참고하자.) 그런 생활기록부와 경쟁해서 내가 압도할 수 있는 내용을 담는 것에 초점을 두는 것이다. 어차피 내가 온라인에서 봤으면, 다른 사람들도 이미 다 봤다.
또한 "우수함.", "뛰어남.", "탁월함." 등등 이런 문구는 영재고를 지원하는 거의 모든 학생들에게 특별한 단어가 아니다. 흔하디 흔한 이런 글자들로 특별하게 보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면 안 된다.
인터넷 상에 떠도는 광고 속에서도 이런 잘못된 글들이 매우 좋은 문장인 것처럼 포장되어 떠돌고 있다. 문장만 보면 정말 훌륭해 보이는데, 막상 아무런 실체가 없는 문장들로 가득차 있는 것들이 허다하다. 그런 글들이 복제되어 수 많은 학생들에게 적혀있는데, 그것이 강점이될 수 있을까?
그것들을 보면서 굳이 그런 잘못된 글들에 대해 토를 달거나, 훈수를 둘 필요는 없다. 사실 그런 광고나 잘못된 컨설팅을 철썩같이 믿고 따라하는 대다수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현명한 사람들이 돈 들이지 않고 계속해서 꾸준히 이득을 보고 있다. 그런 면에서 어떻게 보면 참 감사한 일이다.
온라인에 떠도는 출처와 근거없는 정보들 속에 현혹되어 조급할 필요가 없다.
잘못된 정보들이 온라인 상에서 양산되는 상황을 여유롭게 바라보며, 더 높은 위치에서 웃으며 내려다볼 수 있도록 통찰력을 갖추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