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세특. 나쁜 세특. 애매한 세특

세특 작성시 교사가 포인트를 잘못 잡으면 입시에서 망하는 이유

좋은 세특. 나쁜 세특. 애매한 세특
Photo by Kelly Sikkema / Unsplash

3월이 되어 생활기록부를 봤을 때

세특 문구

긴장되는 마음으로 적혀있는 세특을 봤다. 걱정과 달리 좋은 말로 가득한 내용에 기분이 좋아졌다.

단순히 세특을 나만 보는 것이라면 충분히 만족할만한 상황인 것이다.

하지만 만약 입시를 생각한다면?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야 된다.

첫째, 나의 능력을 보여주고 있는가?
둘째, 나의 태도를 보여주고 있는가?

두 가지 측면에서 그 어떤 것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면 그냥 흘러가는 문장들의 나열일 뿐이다.

이미 고학년이어서 저학년 시절의 생활기록부 세특을 볼 수 있다면, 자신 혹은 자녀의 생기부의 세특을 보면서 판단을 해보면 좋다.

'어? 좋은 줄 알았는데, 내 능력에 대한 부분은 하나도 말해주는 것이 없네.'
'어? 내 태도에 대한 부분은 하나도 말해주지 않고 있네?'

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교사가 포인트를 잘못 잡으면 망한다.

학생이 수학 3등급을 받았다. 수시전형으로 SKY를 갈 수 있을까?

갈 수 있다. 그런 사례들은 충분히 많다. 그렇다고 내가 수학 3등급인데 갈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갈만한 생활기록부가 나와야 한다.

어떤 교사가 다음과 같은 생각과 방향으로 세특을 썼다고 하자.

  • 이 학생은 수학 3등급인데 연세대를 가고 싶어하는 학생이다.
  • 이 학생은 수업에 열심히 참여하고, 인성도 좋고 훌륭한 학생이어서 잘 써주고 싶다.
  • 이 학생이 두드러진 면은 친구들을 잘 챙기고, 대화를 잘 이끌어가는 면이므로, 그런 부분을 강조해서 쓰면 될 것 같다.

그리하여 만들어진 세특은 앞서 보인 사진의 실제 사례다.

세특 문구

근데 생각해 보라.

전교 꼴찌에 수학도 잘 못하는 학생이라 하더라도, 위의 사진처럼 문장이 나올 수도 있다. 저러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그리고 실제로도 많은 학생들이 저렇게 유사한 문장들로 가득하다.

"태도"에 대한 부분은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없기 때문에 점수와 상관없이 실로 다양하고 화려하게 입력할 수 있는 요소이다. 1등급이든, 9등급이든 말이다.

방향 자체가 틀렸다.

목표가 높다면 "능력"을 보여야 한다.

대학의 입장을 생각해보자.

열심히 하는 학생을 뽑고 싶은가?
잘하면서 열심히 하는 학생을 뽑고 싶은가?

글로 써져있는 태도에 속지 않고, 수치나 근거를 바탕으로 뛰어난 능력을 가진 학생을 뽑는 것이 더 확률상 좋은 학생을 뽑는 방법이다.

수학 1등급이 수학 3등급보다
수학을 더 잘 할 확률이 높은 것은 당연하다.

그러면 3등급은 기회가 없는가?

힌트는 저 말 자체에 있다. "확률"이라고 한 점을 눈 여겨 보자.

수학 3등급이 수학 1등급보다 잘 할 확률이 0%인가?

실제로 더 잘 했는데 3등급이 나왔을 수도 있고, 장차 더 잘할 수 있는 명백한 근거가 있을 수도 있다.

일반고 1등급보다 자사고 3등급이 훨씬 잘할 수도 있고,
같은 학교에서도 3등급이 시험 보는 날 질병결석 등으로 1등급보다 잘하는데 성적이 낮게 나왔을 수도 있다.

그러면 목표가 높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

" 3등급이지만, 1등급보다 잘한다. " 또는
" 3등급이지만, 1등급과 동일한 수준의 능력과 성취를 가지고 있다."

같은 메시지를 내용으로 던져야 한다는 것이다.

수치로 말할 수 없는 이면에 담긴 내용들을 세특이라는 문구 속에 잘 녹여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엉뚱하게 이 학생의 수업 참여도가 높고, 발표를 열심히 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물론 중위권 이하의 대학 진학에는 전혀 상관없다. 충분히 태도가 좋은 학생들에 대한 좋은 피드백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SKY 와 같은 수준의 높은 대학을 꿈꾸는 경우라면, 절대적으로 "능력"에 대한 내용을 어필할 수 있는 내용이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하나의 마케팅이라고 생각해야 된다.

같은 제품이라도 어떻게 마케팅을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 면에서 "세특은 하나의 기회다."

어설프게 그 영향력을 잘못 해석하여 입시를 망치는 일이 지금도 학교 현장에서 수도 없이 많이 벌어지고 있다.

그럼 능력은 어떻게 보이나?

반대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쉽다.

이 학생의 능력을 숫자로 말하는 성적 이외에 내가 뭘로 보고 판단할 수 있을까?

세특이라는 문장 안에서 그것을 담아내야 한다.

그것은 획일화된 방식은 없을 것이다.

발표일 수도 있고, 토론일 수도 있고, 독서 후 활동일 수도 있다.

그래서 주제만 들어도 이 학생의 높은 수준을 알 수 있는 연구나 발표 혹은 과정 속에서 결코 높은 성취가 없다면 보여줄 수 없는 사례들을 잘 세특에 녹여야 한다.

그 과정에서 스토리텔링이 읽는 입장에서 납득이 될 수 있는 수준으로 드러나야 한다. 자기소개서나 추천서와 같은 보조적인 수단이 있다면 더 쉽다. 그런 면에서 고입은 그런 능력을 더 발휘하기가 수월한 편이다.

영재고 입학생 중3 성적

위 사진은 영재고 입학한 중3 학생의 성적이다. 과목별로 A가 50%를 넘는 해당 학교에서 B, D 등을 받은 학생이다.

'이 학생 잘 하는 학생 맞나?' 의심이 될 수 밖에 없다.

세특과 자기소개서, 추천서 등을 통해 그 의심이 틀렸다는 것을 강력히 보여주는 것이 입시의 방향과 전략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쉽지만 그런 면에 있어서 입력하는 교사의 능력이 많은 변인을 차지한다.

그런 것에 영향 받지 않고 스스로 개척하려면 대입의 경우 정시를 추천하며,


고입(영재고,자사고 등) 대입수시를 선택권 안에 두고 있다면 현실적인 면들을 고려하여 준비과정에서의 불편함과 수고로움을 감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