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을 잘 보는 학생은 무엇이 다른가?

공부를 열심히 해도 시험을 못 보는 이유. 공부와 시험은 반대 과정이다. 애초에 다르기 때문이다.

시험을 잘 보는 학생은 무엇이 다른가?

학교에는 항상 열심히 공부하는데 성적이 잘 나오지 않는 학생들이 있다. 또 반대로 분명히 뛰어나지 않아보이는데 성적은 매번 잘 나오는 학생들도 있다.

많은 학생과 학부모들은 시험을 잘 보는 학생들에게서 뭔가의 특별한 비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지만, 대부분 엉뚱한 것에서 그 해답을 찾고 있다.

한 번 생각해 보자. 지구에 대해 아무런 정보가 없는 외계인이 지구에 방문했다고 상상해보자. 그 외계인은 지구를 살펴보던 중 불이 난 곳에 항상 소방차가 있다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래서 그 외계인은 생각했다.

불이 난 원인이 소방차라고 말이다.

우리는 대부분 뛰어난 학생들이 갖는 일반화된 공통적인 속성을 찾아낼 정도로 그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다. 그래서 우리가 관찰한 뛰어난 학생들의 모습 속에서 무언가를 발견했다고 해도, 그것이 그 학생의 뛰어남을 만들어낸 원인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은 추측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 추측은 대부분 잘 들어맞지 않는다.

잘 하는 학생들 마다 시간관리도 다르고, 공부하는 방식도 다르고, 생각하는 과정도 다 제각각 다르다. 또 나에게 그런 방식들이 잘 안 맞을 수도 있다. 그래서 섣불리 따라하는 것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만약 따라하고 싶다고 하더라도잘 하는 학생이 지금 어떻게 공부했느냐를 따라하는게 아니라, 그 잘하는 학생이 나와 같은 수준에 있을 때 어떻게 했느냐를 따라해야할 것이 아닌가? 스포츠를 잘하고 싶어한다고 했을 때, 올림픽선수의 현재 훈련방식을 일반인이 따라한다고 했을 때, 그 방법이 효과가 있겠는지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다.

그래서 옆집 아이가 몇 시간을 공부를 했든, 어디까지 공부했든, 그런 것들이 생각보다 그리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시험은 '내'가 보는 것이고, '나'는 옆집 아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이전의 나, 지금의 나, 미래의 나 사이에서 발전을 이끌어내는 것에 있다.

시험을 잘 보려면 어떻게 할까? 시험을 연습하면 된다. 너무나 단순한데 거의 대부분은 엉뚱하게 준비하고 있다. 공부를 연습한다고 해야할까?

우리가 생각하는 "뇌"라는 것을 기준으로 생각을 해보면 쉽다. 우리가 무언가를 공부하는 과정은 "뇌 밖"의 것을 "뇌 안"으로 집어넣는 과정으로 생각한다면, 우리가 시험을 보는 과정은 완전히 반대의 과정이다. "뇌 안"의 것을 "뇌 밖"으로 꺼내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축구를 잘 하려면? 축구를 연습해야하지 않을까?
시험을 잘 보려면? 그 시험이라는 것을 연습해야 한다.

"뇌"의 입장에서는 시험의 과정이 굉장히 에너지가 많이 소요되고, 불편한 과정이다. 그래서 본능적으로 우리들은 뇌 속에서 무언가를 꺼내서 생각하는 과정을 기피하게 된다. 에너지를 많이 보존해야하는 인간의 속성이라 할만 하다.  

수능시험을 보기 전에 많은 참고서와 문제집을 들고 시험장에 가서 다 볼 수 있을까? 그럴 필요가 있을까?  그저 내 머릿속에 담겨있는 모든 내용을 하나씩 꺼낼 수 있다면 충분하다.  이것을 회상(recall)이라고 부른다. 과거를 회상하면 할 수록, 그 과거의 기억이 오래 남는 것 처럼, 시험을 대비한 회상으로 지식과 기능에 대한 의도적, 반복적  연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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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recall)은 어떠한 단서나 도움이 제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장기기억의 정보를 인출해 내는 것을 말한다. 재인(recognition)은 단서나 도움이 제공되는 상황에서 장기기억의 정보를 인출해 내는 것을 말한다. 즉, 주관식 시험 문제는 회상을 이용한 인출의 예이며, 객관식 시험문제는 재인을 이용한 인출의 예다. 따라서 회상보다 재인이 쉬우며, 사람들은 회상보다 재인을 더 잘 한다. 

시험을 보기 전에, 하얀 백지에 내가 시험보는 것에 대한 내용을 꺼내 적어내려가 보는 것은 어떨까? 혹은 시험 범위의 목차를 보고 학습한 내용들을 떠올려 보는 것은 어떨까? 그 안에서 어려워했던 개념들, 문제들을 떠올려보는 것은 어떨까?

뇌 입장에서는 참으로 피곤하고 괴로운 일이긴 하다.

그냥 편하게 물어보는 것에 답을 고르고만 싶겠지만, 세상에서 쉬운 길만을 선택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다.

만약 수능시험을 정말 잘 보고 싶으면, 수능시험을 연습하고 경험해보면 된다.  재수생들이 유리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수능시험과 같은 고부담시험의 현장 경험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고3 수험생이 사전에 수능시험장에서 뛰어난 학생들이 어떻게 수능시험에 임하고 있는지 단 한번도 볼 수 있는 기회가 없다는 것이다. 그 장면은 그 자체로도 아마 큰 도움이 될 것인데 말이다. 다음의 포스트에서는 수능시험장에 대한 글로 시험장에 대한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익혀 볼 수 있도록 게시할 예정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거 "시험을 잘 보는 학생들은 무엇이 다른가?" 의 대답을 생각해보자. 특히, 평소에는 뛰어난 모습을 보이지 않지만,  "시험만 유독 잘 보는 학생들은 무엇이 다른 것일까?"

그들은 공부를 해서 시험을 잘 보려고 하기 보다는,
시험을 준비해서 시험을 잘보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학문에 대한 이해가 깊어서 시험을 잘보는 것이 아니라,
그 시험에  대해 잘 준비되어 있을 뿐인 것이다.

그래서 때로는 지적수준, 학습량, 학습태도와는 별개로
시험만을 잘 보는 학생들이 존재한다.

다소 비교육적일 수 있겠지만, 시험을 바라보는 관점에 있어서는 그럴 필요가 있다. 오로지 점수로만 평가되는 상황에서 이상적인 교육을 논하는 것만큼 소모적인 것도 없다. 내가 아무리 뛰어나도 점수가 높은 학생이 더 좋은 기회가 생긴다.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과 시험을 잘 보는 것은 같지 않다.
시험을 잘 보려면, 시험을 준비하라.